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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마지막이다. 이 파일런만 깨면, 모든게 끝이 난다. 마지막 파일런이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깨졌다. 이윽고 들리는 것은 승리를 알리는 상대팀의 멸망 소식.

 

"이겼다-!"

 

잠뜰 가문에 소속되어 있는 모두가 환호를 질렀다. 이제 드디어 끝이구나. 이 지긋지긋한 전쟁과 불신, 세계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전쟁은 끝이 났고,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 아마 이 세계의 역사서가 집필된다면 끝은 '악의 무리 코마 외 한 명은 잠뜰 가문에 의해 패하였다' 일 것이—다?

 

"공룡님! 잠뜰님이-"

 

멀리서 쪼만이 무언가를 말하며 달려온다.

 

뭐라는거야.

 

귀가 멍하다. 반사적으로 무슨 일이냐 되물으려는 순간,몸이 휙 기울어진다. 어?

 

눈앞이 흐릿해다.

 

 

 

 

 

 

 

 

 

 

 

 

 

 

 

 

 

 

 

 

 

 

 

 

 

 

 

 

 

 

 

 

 

 

 

헉-.

 

공룡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시야에 들어오는 장소는 익숙하나 분명 아까전까지 있던 장소가 아니었다. 아, 진짜 제발. 다 끝난거 아니었냐고. 공룡은 이 어이없는 상황에서 일단 머리를 최대한 굴려보기로 했다. 주변은 온통 나무다. 그리고 강이 흐르고 있다. 이걸로 대체 여기가 어딘지 어떻게 알아? 결국 공룡은 잠뜰의 기지 근처일 것이라 결론지었다. 아마 전쟁이 마무리 되어서 잠뜰의 기지로 모두 모이게 된 것, 이라는 가설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여기는 사바나 지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이게 된거라면 모두를 모은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혼란투성이 속에서 공룡은 일단 어디든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이끌리는대로 걷던 중, 어디서 쪼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아, 시야가 흐릿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쪼만이가 무슨 말을 했던 것 같은데. 공룡은 반갑고 익숙한 목소리에 쪼만이 있는 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쪼만은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과는 어딘가 많이 다른 것 같았으나 이내 곧 공룡을 어딘가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쪼만을 따라 걸을 수록 눈 지형이 펼쳐졌다. 꽁꽁 얼은 강. 차갑게 내리는 눈. .... 빛? 언제인가 이런 상황을 겪은적이 있었던 것 같은-

 

"아이 뭐야-!"

 

... 어?

 

"진짜 공룡이야?"

 

... 아.

 

언젠가 한 번 겪어봤던 것. 허나 데자뷰는 아닌. 그렇다면 이는 분명 과거로의 회귀 일것이다.

 

언젠가 코마의 기지에 있을 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딘가에 늪마을이 존재한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 곳에는 단 한 명의 주민만이 살고 있다고. 그 주민에게는 특별한 시계가 있는데, 그 시계를 쓰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그렇다면 정황상, 그 늪 주민이 시계를 쓴 것 같은데-. 그 주민이 대체 그 시계를 왜 쓰지?그리고  보통 과거로 돌아가면 기억까지 남아있나? 그렇다기엔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눈치다. 뭐, 상관없다. 이번에도 우승하면 그만이니.

 

공룡은 작게 실소를 내뱉으며 잠뜰에게로 다가갔다.

 

"네- 진짜 공룡입니다."

 

 

.

.

.

다시 마지막이다. 이 파일런만 깨면, 또 다시 모든게 끝이 난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길. 마지막 파일런이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깨졌다. 이윽고 들리는 것은 승리를 알리는 상대팀의 멸망 소식.

 

... 한 번 더 이짓거리를 할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참.

 

공룡이 검을 땅에 내리꽂아 기댔다.

 

"다들 진짜 고생했-"

 

검이 바닥으로 푹 꺼지며 몸이 기울어진다.

 

아, 제발 진짜 좀. 아니지?

 

 

 

 

 

 

 

 

 

 

 

 

 

 

 

 

 

 

 

 

 

 

 

 

 

 

 

 

 

 

 

 

 

"아이 뭐야-!"

 

.... 진짜 공룡이야?

 

"진짜 공룡이야?"

 

대체 뭔데. 왜 여기서 시작하는거야. 공룡은 지끈지끈한 머리를 짚다가 이내 곧 이빨을 까드득 씹었다.

 

오냐, 다시 이겨주면 그만이다.

 

"네- 진짜 공룡입니다-!"

 

 

 

 

 

 

 

 

 

 

 

 

 

 

 

 

 

 

 

 

 

 

 

 

 

 

 

 

 

 

 

 

 

"아이 뭐야-!"

 

뜰님, 말하지 마. 제발.

 

"진짜 공룡이야?"

 

아 진짜-!!

 

왜 안 끝냐나고, 망할. 어, 그래. 지금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거지?

 

"그럼 가짜 공룡이겠냐-!"

 

 

 

 

 

 

 

 

 

 

 

 

 

 

 

 

 

 

 

 

 

 

 

 

 

 

 

 

 

 

 

"아이 뭐야-!"

 

아, 제발 하느님, 부처님, 이름 모를 신들이시여.

 

"진짜 공룡이야?"

 

제가 진짜 공룡이긴 한걸까요. 공룡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 왜 말을 안 해?"

"엇, 아.. 네. 진짜 공룡이죠-"

 

잠뜰의 물음에 공룡이 퍼뜩 정신을 차리곤 대답했다. 옆에서 계속 뭐라고 말하기는 하는데 사실 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중이다. 얼마나 회귀를 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대체 어쩌다 이런 일에 휘말린건지도 모르겠다. 늪 주민이고 뭐고 그런게 아니라 크나큰 오류의 구렁텅이에 빠져 영원히 회귀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다. 코마가 말해줬던 그 이야기를 믿고 늪 주민을 찾아가는 것. 허나, 대체 어디있는지 알고 찾아간단 말인가.

 

"... 내 말 듣고 있긴 한거지?"

"아, 네. 늪 주민이-."

"늪 주민?"

"네. 늪....."

 

아, 잘못 말했다.

 

"... 주민이요."

"갑자기 웬 늪 주민? 늪 주민이란게 있었어?"

"아잇, 그... 뜰님은 몰라도 돼-"

 

아까의 그 반가움의 기색이 싹 가신 듯, 잠뜰은 공룡을 얘 뭐야? 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냥, 늪 주민 찾으면 알려줘."

"내가 왜? 팀도 아닌데?"

"이제부터 팀 해, 그럼."

".... 싸가지 봐라?"

"아, 아 미안. 뜰님 미안. 때리지 말고. 그,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할까?"

 

 

 

.

.

.

그 이후는 여느때와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었다. 다만, 틈틈히  늪 주민을 찾는 일까지 겸하면서. 하지만 회귀를 하기 전에도, 같은 레파토리를 반복할때도, 늪 주민은 커녕 마녀의 집조차 보이지 않았다. 최대 높이도, 최저 높이도 가봤으니 더 이상 갈 곳은 없다. 역시 늪 주민이란건 없는 것이다. 그저 운 나쁘게 이상한 회귀속에 빠져든 것이다. 공룡이 하늘을 바라보며 체념하다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늘이나 보려했더니 원, 보더까지 사색을 막네..."

 

.... 보더? 그래, 보더. 전깃줄마냥 경치를 가리는. 아니, 그게 아니라. 막는거. 플레이어가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아, 알겠다. 지금껏 돌아다닌 곳은 보더 안인데, 찾지를 못했으니 남은 것은 보더 밖뿐이다. 그런데 보더 밖으로 어떻게 나가지? .... 아냐, 됐어. 늪 주민이란게 애초에 어딨다고.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공룡의 다리가 보더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보더 앞까지는 도착했다. 이제는 보더 밖을 나갈 방법만 찾으면 된다. 하지만 무슨 수로? 웬만한 건 이미 막혀있을 것이다. 공룡이 천천히 보더를 살펴보았다.

 

버그. 버그가 하나 있으면 좋을텐데–.

 

.... 아오-! 좀—!!

 

공룡이 참다못해 보더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요란한 소리가 보더 주위를 가득 메웠지만 용케 아무도 그 소리를 못 들은 듯 했다. 적어도 플레어이들 중에서는 말이다. 보더 저 너머로 처음 보는 형태의 옷을 입은 주민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 늪 주민?"

 

그 순간, 그 주민이 고개를 돌려 공룡을 바라보았다. 둘 사이로 침묵이 잠시 흘렀다. 그러더니 이내 곧, 주민은 공룡에게 다가와 보더의 일부를 열어주었다.

 

"설마 네가 줄곧-"

"네, 맞아요. 따라오세요."

 

어딘가 신비로워보이는 분위기에 공룡은 무어라 더 물어보지 못하고 주민을따라 걷기 시작했다.

 

 

 

 

 

 

 

처음보는 형태의 집. 주민이 그 집에 들어가 의자에 털썩 앉자, 신비로웠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사라지며 태도가 급변했다.

 

"야- 드디어 오셨네. 본론만 말해도 될까요?"

"... 뭔데?"

 

공룡이 주민의 맞은편 의자에 살짝 앉으며 물었다.

 

"음-."

 

늪 주민은 피식 웃더니 주머니에서 낡은 시계 하나를 꺼내 공룡에게 보여주었다.

 

"원한다면 이 시계를 깨트려 회귀를 멈출 수 있어요. 다만."

 

다만?

 

"저는 잠뜰님이 지셨으면 좋겠거든요. 그니까 다른 사람의 편에 붙어 승리하세요. 그게 조건이에요."

"대체 왜?"

"그냥.... 잠뜰님의 업보랄까. 제 동족들의 복수? 뭐 그런거?"

"그렇다기엔 플레이어들은 항상 주민 마을을.."

"네. 잘 알죠. 잠뜰님을 제외한 모든 이들도 그런다는걸요. 근데 더 자세히는 말해드릴 수 없어요. 지금 그렇게 시계를 몰래 빼가 깨트리려고 하시다간 진짜 영영 여기에 갇혀 회귀를 반복하실 수도 있고요."

 

시계를 향해 뻗어있던 공룡의 팔이 슬쩍 내려갔다.

 

"자, 어떡하시겠어요?"

".... 좋아."

 

공룡의 대답에 주민이 시계의 태엽을 감았다.

 

"명심하세요. 잠뜰님이 져야합니다. 꼭—"

 

 

 

 

 

 

 

 

 

 

 

 

 

 

 

 

 

 

 

 

 

 

 

 

 

 

 

 

 

 

 

 

 

 

 

 

 

 

 

 

 

 

 

 

 

 

 

 

 

 

 

 

 

 

 

 

 

 

 

 

"아이 뭐야-!"

 

아.

 

"진짜 공룡이야?"

 

기억난다. 이때 이 말을 듣고 배신하기를 그만두었던 기억. 하지만 주민과 약속한 이상, 이 회귀를 끝내기 위한 이상 어쩔 수 없이 배신해야할 것이다.

 

"... 네! 진짜 공룡입니다–"

 

잊고 있던 죄책감이 살짝 올라오는 듯 했다.

 

 

 

 

*

 

 

 

며칠 뒤, 공룡은 다크포레스트 내 가장 또라이가 되어있었다. 코마의 기지도, 잠뜰의 기지도 전부 터뜨려버린 주범. 소식이 느린 탓에 의심 없이 병합하게 된 각별 가문도 혀를 내둘렀다. 아예 혼자하기에는 세 가문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조건이 이겨야하는 것이기에. 본인 가문의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어쩌다 팀장 잘 못 만나가지고.

 

"미친놈 아니야, 이거."

"나도 사정이 있어-."

"사정은 개뿔. 이러다 전쟁 중에 나까지 죽이는거 아닌가 몰라."

"뭔 소리야–. 이제 잡담 집어치우고 가야지, 파일런 깨트리러."

 

새로운 미래이기에 오히려 모르는 미래라 긴장 되지만,이 파일런만 깨면—

 

 

 

 

 

 

 

 

 

 

 

 

 

 

 

 

 

 

잠뜰 가문이 멸망했습니다!

 

성공했다. 결국 잠뜰 가문 포함 코마 가문까지 멸망시켜버렸다. 천운이다. 솔직히 질줄 알았다. 공룡 가문의 기지에서 파일런을 깨고있던 잠뜰은 잠시 허망한 듯,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공룡을 바라보았다. 잠뜰은 피식 웃으며 공룡에게 말했다.

 

"인정할게. 넌 최고의 또라이야. 축하해, 이국의 왕자님."

 

그 말에 공룡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왕자 소리 좀 그만..."

 

어.

 

잠시만, 이번 회귀에서 뜰님이 왕자라는 소리를 했던가? 아냐, 저번에도 항상 그랬으니 이번에도 그럴 수 있긴한데. 그렇지만.

 

"뜰님, 방금 뭐라–"

 

째깍.

 

... 뜰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고요해지는 느낌이 났다. 뭐지? 위화감이 들었다.

 

아, 잠뜰이 사라졌다. 눈 앞에 있던, 아니 조금 멀리에 있던 잠뜰이 사라졌다.

 

... 하-. 어쩐지 자세히 안 알려준다 하더니. 뭔가 더 있었구나? 나만 회귀해서 전과 똑같이 행동한다는 보장이 없지.

 

공룡이 늪 주민이 사는 곳을 향해 다급하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

.

.

 

늪 주민이 공룡을 반갑게 맞이했다.

 

"아, 잘해주셨네요. 이제 약속대로 시계를 깨트리겠-"

 

공룡이 주민의 손에 들려있는 시계를 턱 잡았다.

 

"... 뭐죠?"

"뭘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부터 말해줘야 할 것 같거든."

".... 아, 너무 많이 아시면 안 되는데.."

"뜰님도 기억이 남아있지? 꼭 우리 둘이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나? 너, 사주 받았니?"

"사주가 아니라 거래인데—."

"각별이야, 코마야?"

"너무 뭐라하진 마세요. 둘도 나한테 속았거든."

 

공룡이 순간적으로 주민에게서 시계를 앗아갔다.

 

"... 잠시만. 멈추시죠?"

"내가 진짜 오류의 구렁텅이에 빠진거였구나. 늪 주민이 세상에 어딨어. 안 됐지만 나는 우리..."

 

공룡이 잠시 멈칫했다.

 

"황제폐하랑 우승해야겠거든-!"

 

공룡이 초침을 돌렸다. 몸이 기울어가던 와중, 공룡은 순식간에 시계를 바닥으로 내팽겨쳐 깨트렸다. 서서히 추위가 몰아쳐왔다.

 

 

 

 

 

 

 

 

 

 

 

 

 

 

 

 

 

 

 

 

 

 

 

 

 

 

 

 

 

 

음...

 

 

 

 

 

 

 

 

 

 

 

 

 

 

 

 

 

 

 

 

 

 

 

 

 

 

아, 오네.

 

 

 

 

 

 

 

 

 

 

 

 

 

 

 

 

 

 

 

 

 

"아이 뭐야-! 나를 배신하고 각별한테 붙은-"

 

참나.

 

"공룡 아니야?"

"무슨 소리세요 잠뜰님, 제 폐하는 뜰님밖에 없는데."

"마음에도 없는 말."

"진짜인데?"

 

그 늪주민의 정체가 정확히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세계를 계속 회귀시키는 능력? 그런게 어딨어. 기회는 한 번 뿐인걸.

 

그래도, 이게 마지막 회귀일테니까.

 

우승은 우리 폐하랑 해야지. 항상 그랬듯이.

 

 

 

 

 

 

 

 

 

 

 

 

 

 

 

 

 

 

 

 

 

 

 

 

 

 

 

 

 

 

 

 

 

 

 

 

 

¿.

 

악성 코드 '늪 주민'을 삭제하시겠습니까? |

>아니오.

 

.

.

.

-AI의 자아 형성

-관리자급 OP 부여

-■¿#$■■■

 

 

!늪 주민이 세계 속으로 들어가길 원하고 있습니다.

!늪 주민이 가장 ¿□한 자의 ○@ㄴ을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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